나는 이혼을 하게 되면. 내 경력에 이혼이라는 글자가 붙는다면, 사람들이 나를 더 자유롭게 - 아픈 사람이니 상처를 건드리지 않겠지 하는 그런 - 대하겠지, 하는 그런 기대감을 조금은 가지고 있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진 수 많은 문제점을 견딘 것도 어딘가에는 결국엔 편안해 지고 말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제이를 사랑하지마는, 그것과 다르게 원래 가지고 있는 불량한 기질도  - 제이와 함께라면 내 마음대로 하는 일이 더 쉽겠지하는 - 버리지 않고 내 마음대로 참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라면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은 미래를 제이와 함께라면-이라는 기대를 꽤 품고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상상과는 다르게 복병도 꽤 있다. -시시시시댁-.

방금 자고 있는 제이의 이마를 사정없이 찰싹! 때리고 나왔는데 제이는 그저 모기라도 물렸다는 듯, 몇 시야? 하고 다시 자버렸다. 그 뒤로 자는 얼굴에 대고 속에 있는 말을 여과 없이 흘려보냈는데 제이는 아마 듣고도 못 들은 척 하는 것 같다. 그의 이런 모습이 때로 고맙기도 하지만 끝도 없이 얄밉기도 한 것이다. 어제는 친구처럼 다정하게 대하다가도 오늘은 전에 없던 적敵처럼 사정 없이 쏘아보기도 하고. 제이는 참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러니 결국 애증의 관계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사람 자체가 바뀔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없었지마는.
평범한 아이 치고는 평범하지 않은 선택이었나.
문제는 아무 것도 그립지 않은 내 인생인 것인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더니 진눈깨비가 날렸다.
하루에 반을 네 번 나누어 자고 책장 앞에 팔짱을 끼고 서서 오늘은 어느 만화책을 꺼내볼까 고민을 하고. 그릇들에 물을 부어 싱크대에 남은 공간이 없게 만들고 온 방의 불이란 불은 다 켜놓는다. 이제 자다가 전화 벨소리가 들려도 애써 받지 않는다. 완전한 나만의 공간이 된 것 같은 s시. d시에 있을 때와 달리 간섭할 사람이 없어 내 속의 자유인간이 나와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마법이 있어 8시가 되기 전에 모든 것이 정리되어야 한다. 잔소리를 듣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사회인간임을 보여주어야 하는 시간 8시.

마법이 풀리기까지 2시간. 오늘은 무엇으로 사회인간임을 보여주지? 머리를 데굴데굴.
아! 일단, 세수부터.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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